subject 웅산 "재즈 통해 음악적 자유 성취…재즈는 '제2의 수행'"
 


데뷔 20주년 맞은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열일곱 살이 되던 해 가을 어느 날 집을 나섰어요.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충북 단양 구인사로 갔죠. 그때의 선택은 아마도 가출(家出)과 출가(出家)의 중간쯤 되지 않나 싶어요."(웃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본명 김은영·43)은 자신의 예명에 얽힌 사연을 설명하며 '출가의 추억'으로 말문을 텄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웅산은 지난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구니에서 로커, 로커에서 재즈 가수가 된 드라마틱한 인생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았다.

출가 이후 웅산은 약 2년간 비구니로 살았고 현재 쓰고 있는 이름 '웅산'(雄山)도 실은 법명이다.

"스님께서 '지친 새들도 쉬어갈 수 있는 큰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라'며 웅산이란 법명을 지어주셨어요.

남성적 이름이라 처음엔 꺼렸는데 속뜻을 알고는 마음에 쏙 들었죠."

하지만 웅산은 가수로서의 꿈을 버리지 못해 다시 절 문밖을 나섰다.

"어느 날 선방에서 참선하다 잠깐 졸았는데 스님께서 죽비로 절 깨우셨어요.

놀라서 자세를 고쳐 앉고 합장을 하는데 엉뚱하게 입에서 노래가 터져 나오는 거에요.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내가 음악에 대한 미련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그 길로 스님께 인사드리고 절을 떠났습니다."

환속한 웅산은 대학에 진학한 뒤 록밴드의 여성 보컬로 활동했다.

기차 화통 같은 목청으로 포효하듯 노래하던 웅산은 친구의 소개로 재즈를 접하고 또 한 번 인생의 변곡점을 맞는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포플레이와 빌리 할리데이의 음악은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였다.

웅산은 "록 음악의 세계에서만 살다가 빌리 할리데이의 노래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며

"그 감성에 가슴이 메어왔고 재즈를 찾는 여행이 시작됐다"고 했다.

레코드점과 재즈클럽을 전전하며 독학으로 재즈를 공부한 웅산은 1995년 12월 한 재즈클럽에서 1세대 재즈 뮤지션인 피아니스트 신관웅을 만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웅산의 노래를 들은 신관웅의 제안으로 이듬해 1월 그와 함께 첫 프로 무대에 섰다.

웅산은

"마치 숙제하듯이 밤새 새 노래를 익혀야 했고 재즈에 대한 전문 음악교육 과정도 전무했던 탓에 마치 심 봉사가 젖동냥하듯 여러 스승으로부터 노래를 배웠다"

고 데뷔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그는 20년 자신의 재즈 인생에 대해 "노래를 하는 매 순간 '재즈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행복감에 젖은 표정으로 말했다.

웅산은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재즈로 소통할 때 그만한 황홀감이 없다"며

2년 전 한 작은 성당에서 열린 콘서트를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으로 꼽았다.

경기도 포천의 작은 성당에서 열린 재즈 공연에 웅산은 '게릴라 콘서트' 식으로 참가했고,

자신이 노래한다는 사실을 비밀에 부쳤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작은 성당에 200여 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아마도 그날 온 관객의 90%는 웅산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오셨겠죠. 하지만 그분들과 재즈로 소통할 때 성당 안에는 정말 성스러운 공기로 가득했어요."

그러면서 웅산은 "재즈가 저를 게으르게 두지 않았다"며 재즈를 '제2의 수행'에 빗대어 말했다.

그는 "재즈가 저를 끊임없이 정진하도록 만들었다. 재즈를 수행으로 삼고 결과물을 사람들과 나눌 때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재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행을 통해 음악적 자유를 얻어가는 것"이라며 "자유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재즈와 불교가 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웅산은 또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최근 미니 앨범 '재즈 이즈 마이 라이프'(Jazz Is My Life)를 발매했다.

특히 앨범 이름과 동명의 타이틀곡 '재즈 이즈 마이 라이프'는 재즈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곡으로

스윙 리듬과 유쾌한 트롬본 솔로에 웅산 특유의 스캣(가사를 대신해 리드미컬하게 흥얼거리는 창법)이 잘 어우러졌다.

웅산은 이 곡에 대해

"재즈가 제게 준 선물을 생각하면서 쓴 곡"

이라며 "재즈는 찰리 채플린 영화처럼 저를 행복하게 하고, 사랑도 하게 하고, 훨훨 나는 나비처럼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음악생활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0년 뒤에도 아름답거나 유명한 뮤지션으로 남을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좀 더 큰 그릇에 따뜻함을 담은, 진정성 있고 성실한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는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